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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즘 잘 나간다매?"…빵 터지는 시, 엄마 생각나는 시

작성자
JWJG78
작성일
2021.01.1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71
내용

[한겨레] ‘ 문학 기자가 고른 고향 말맛 살린 시집 5’ 충청도 말 느린 웃음 함박 이정록 안상학 경상도 사투리에 더 그리운 아버지말맛에 실려 더 웃기고 더 그립고 더 뭉클한 고향, 가족들부모님 계시고 조상님들 무덤 있는 고향에서 일가친척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한가위 명절. 평소 ‘표준어’의 강압에 주눅들어 있던 고향말도 한껏 기지개를 켜는 무렵이다. 고향에서 친척들이나 동무들과 함께, 사정상 고향에 가지 못한 이라면 혼자서라도 고향말이 정겨운 시집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혹 시간이 남으면 다른 동네 사투리로 된 시들도 ‘별미’ 삼아 맛보고. 고향말이 정겨운 시집 다섯 권을 소개한다. 서울과 그 인근 태생인 이들도 재미로 함께 읽으면 좋겠다.이정록 (창비, 2010)이정록은 입심이 좋은 시인이다. 시에서도 그렇고 실생활에서도 그렇다. 그가 있는 자리에서는 언제 어디서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지금도 인근 천안에서 교사로 일하는 그에게는 충청도 사투리가 피부처럼 친숙하다. 그의 여러 시집에 고향말을 담은 시들이 산재해 있는데, 그 가운데 시집 에 실린 시 ‘잘 나간다는 말’은 두 사람의 유머러스한 대거리로만 이루어져 웃음을 자아낸다. 앞부분이 이러하다.“요즘 잘 나간다매?/ 잡지 나부랭이에 글 좀 쓰는 게, 뭐 잘나가는 거래유?/ 그게 아니고, 요새 툭 하면 집 나간다매?/ 지가 외출허는 건 성님이 물꼬 보러 가는 거랑 같은 거유/ 물꼬를 둘러보는 건 소출하고 관계가 깊은디, 아우 가출도 살림이 되나?/ 좋은 글 쓰려고 노력허고 있슈(…)” 안상학 (애지, 2008)경북 안동 출신인 안상학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에 실린 표제작은 시인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에 얽힌 추억을 정겨운 고향말에 얹어 노래한다.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하루는 시인이 모처럼 집에서 아버지와 겸상을 해 저녁밥을 먹게 되었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말을 건네신다. “니,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올은 집에서 잘 수원중고차건데요”라고 아들이 말을 받자 아버지가 회심의 일격(?)을 날리시니,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박스폰외박 아이라?”아버지의 그 말씀 뒤로도 집을 비우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던 시인이 어느 날 저녁 역시 집을 나서다가 퇴근길 아배와 마주쳤다. “야야, 어디 가노?”/ “예…. 바람 좀 쐬려고요.” 아버지가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방 먹이시니, “왜, 집에는 바람이 안 휴대폰결제 현금불다?” 아들은 끝내 아버지를 이기지 못한다. 이대흠 (창비, 2018)전남 장흥 출신으로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대흠 시인의 신작 시집에도 고향 사투리를 적극 활용한 시들이 여럿 들어 있다. 9월7일치 기사에서는 그 가운데 ‘늦가을 들녘’ ‘장흥’ ‘칠량에서 만난 옹구쟁이’ 같은 시들을 소개했다. 기사에서 소개하지 않은 시 가운데 ‘때안쓰는 살살 쳐사 쓴당께는’ 역시 정겨운 남도 사투리의 맛을 한껏 과시한다.“김막내 여사 뽀두락지처럼/ 말이 불켰다// 영감이 미쳤능갑네/ 이 나이에 무신 사랑이라고/ 언제 문턱 넘다가 자뿌라질지도 몰름서…// 황씨의 고백을/ 헌신짝 버리듯 밀쳐두고/ 콩밭 매는 며칠 동안/ 엉뎅이는 쌜룩/ 마음속 스텝이 자꾸 엉켰다”앞 세 연만 읽어도 김막내 여사와 황씨 영감 사이에 목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일단 이렇게 튕긴(?) 김막내 여사, 황씨가 폰테크‘댄스’ 추다가 발목이 접질려 입원했다는 말 듣고는 누구보다 먼저 병문안을 간다. 다음은 병실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알콩달콩 실랑이.“막내님이 안 나와서/ 박 여사랑 추다가 그랬당께// 영감이 미쳤능갑네이/ 때안쓰는 맞춰감서 살살 쳐사 쓴당께는/ 아무 디나 밟고 댕김서 이 지랄이여!// 참말로 내가 미치겄네이잉” 김수열 (삶창, 2017)앞서 소개한 고향말 시들이 정겹고 해학적인 느낌을 수반한다면, 제주 시인 김수열의 시에는 4?3의 역사적 아픔이 여전히 생생하다.“전쟁 나고 얼마 어신 때라났수다 군인들이 들이닥쳔 효돈 사람 불목리 사람 다시 불러 모았덴 헙디다 며칠 가두었단 어느 야밤에 맨들락허게 벗긴 채 발모가지에 듬돌 돌아매고 배에 태완 바당더레 나가더라 헙디다 범섬 돌아 나가신디 배만 돌아오더라 헙디다 퍼렁헌 달빛만 돌아오더라 헙디다”(‘갈치’ 앞부분)이 시의 뒷부분에는 “어른 기럭지”만큼 컸던 그해 가을 범섬 갈치를 사람들은 징그러워서 먹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후젠 갈치만 보면 가슴이 탕탕 튀더라”는 이야기도.그런가 하면 ‘울타리’라는 시는 물질을 해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가 오히려 그 자식들 덕분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고백을 담았다.“물구덕 지듯 칠성판 지엉 먼물질 나강/ 귀상어에 쫓기고 샛바닥이 퍼렁허게 시려/ 꼭 죽어질 것만 같을 때// 아이고 내 새끼덜, 저 큰놈 족은놈/ 갯것이서 ‘어멍, 어멍’ 부르는 소리 들리면/ 아, 살았구나/ 저것들이 날 살리는구나/ 내 울타리구나// 그냥 눈물이 나/ 눈물이”(‘울타리’ 부분) 박기영 (한티재, 2018)2016년 시집 을 내며 사반세기 만에 시단에 복귀한 박기영의 신작 시집 에는 ‘도강기’와 ‘원적지’ 등 암보험비교월남한 부친을 주인공 삼은 연작시들이 들어 있다. 특히 ‘도강기’(渡江記) 연작은 이북이 고향인 부친의 생생한 평안도 사투리를 통해 강을 건너 월남하던 보험비교무렵의 상황을 실감나게 재현한다.“그 무렵 추위 대단했디./ 한번 몰아치면 며틸씩 살바람으로/ 강이 얼고,/ 주먹만 한 눈발이래 산같이 쏟아져/ 소달구지들 강 위를/ 그냥 걸어서 다니디 않갔어야// 섣달 한가운데 아니갔어./ 남쪽 임진강이래두 별 수 있간/ 눈 덮인 강이 허연 배때기 드러내서/ 피난민들 걸어갈 수 있는데./ 강둑에서 모두 발길 딱 멈추는 기야.// 키가 장승만 하더구만./ 얼굴이래 도깨비처럼 시커먼 놈들이/ 허연 눈깔 번들거리면/ 쥐새끼 역류성식도염치료몰듯 피난민 한쪽으로 몰아/ 편을 나누더구만.// 그때 딱 알아봤디./ 저기래 잘못 끌려가면 둑는구나./ 기래서 어린이보험비교혼자 몰래 빠져나와 따로 건너왔디.”그렇게 피난 와서 남쪽에서 새롭게 가정을 일군 부친은 “평안남도/ 맹산군 무주스키강습수정리 300번지”(‘원적지 1’) 고향에 끝내 가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포옹했다는 무해지환급형보험소식에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 되어 “구천 떠돌면서/ 커다란 눈으로 지켜본다.”(‘판문점 3’) 죽어서, 혼이라도 귀향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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